[칼럼]정부는 개과종선(改過從善) 해야 한다

송효숙 승인 2021.01.02 11:17 의견 0
송효숙 교수(좌)

[송효숙 교수]교정당국은 지난 31일 서울구치소 내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남성 A씨가 이날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수용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구치소 내에 수감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이날 오전 건강 상태가 악화됐고, 이를 확인한 서울구치소 직원들은 인근 병원에 연락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이송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본에서는 “지난 12월 13일 이후 코로나 위중 환자가 급증하여 병상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위중 환자의 급증사태는 병상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코로나 중환자 병상확보를 위해 국립대 병원 17곳, 민간 상급 종합병원 42곳을 대상으로 오는 26일까지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마련해 가동하라는 행정명령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서울·경기 지역은 전담 치료 병상과 일반 중환자 치료병상까지 모두 차 있어 현재 아주 심각한 국면에 도달해 있다고 한다.

2020년 8월 20일 코로나 환자가 이틀 연속 300명에 육박하고, 13개 시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제1야당은 지난 8월 2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방문 자리에서 3단계 격상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비공개 면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면담 모두 발언에서 "정부가 지금 2단계 거리두기 발표를 했는데, 3단계 거리두기를 당겨서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정 본부장과 대화에서도 "최근 확진자수의 급증에 따라 3단계 거리두기를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라고 물었고, 이에 정 본부장은 "3단계가 필요한지 매일 중대본회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약 20분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은 "지역에 따라 편차를 둘 수 있지만 서울·경기와 같이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3단계를 당겨서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질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려 세 번씩이나 '3단계 격상'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고 한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10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결혼식을 포함한 각종 모임이 차질을 빚게 된다.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시절도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사실상 '경제적 셧다운'에 버금가는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았다.

경제적 파급을 우려해 정부가 시간을 지체하는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혼자서 죽어가는 코로나 중증 환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3단계 격상을 수용할 경우에도 '뒤늦은 결정'에 대한 책임론은 부각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방역 대책이 무너지고, 3단계 격상으로 경제적 타격이 가중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선제적 대안을 따르지 않은 정부의 늦장 대응에 대한 국민 원성도 높아질 것이다.

서울시의 일일 확진자가 16일째 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동부 구치소 관련 확진자도 37명이 추가돼 확진자수가 800명을 넘어섰다. 당일 확진률(양성) 또한 0.9%로 나타나 전날 0.8%보다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에 국민들은 묻고 싶다.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방역지침을 즉각 마련해 주길 바란다.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인해 연일 1000명을 넘나들면서 우리사회의 불안감과 공포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정치방역, 선택적 방역이 아닌 진정성 있는 k방역을 원한다. 그리고 정부는 개과종선(改過從善)하길 바란다. 옛사람이 허물을 고침에 인색하지 않고 선을 좇음에 물처럼 한 것은 진실로 이 때문이다. ‘구당서(舊唐書)’의 이강전(李絳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강은 중당(中唐)시대에 활약했던 명신으로 임금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다. 당시 군주였던 헌종(憲宗)이 현종(玄宗)의 실록을 읽다가 개원지치(開元之治)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군주가 얼마 뒤에 안사(安史)의 난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실정을 범한 것을 보고 크게 걱정했다. 이강은 성인과 철인이라도 실수는 면할 수 없으니, 중요한 것은 허물을 변호하려 하지 말고 과감히 고치면서 주변의 좋은 말을 잘 듣는 것이라고 간언했다. 헌종 또한 그의 말에 만족해 신하들에게 거리낌 없이 간언해줄 것을 청했다고 한다.

원래 ‘개과불인’은 ‘상서’에, ‘종선여류’는 ‘좌전’에 나온 말이다. 사실 허물을 고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고집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좋은 충고를 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허물을 감추는 데 급급하고 주변의 좋은 충고에도 귀를 막는다. 자기 성찰의 힘이 길러지고 의식이 성숙할 때 자기 허물을 솔직히 인정할 줄 알고 타인의 충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사람의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막일을 하는 사람이나 목숨은 하나뿐이니 가치는 똑같다. 아무리 나쁜 중죄를 지은 사람일지라도 죄 값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병을 얻으면 치료는 누구나 제때 받아야 한다. 때문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k방역의 문제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감 있는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고 코로나 대창궐을 막을 수 있는 방역 대책과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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