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 무죄판결 사법부규탄 기자회견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아픈 우리 몸이 증거” 무죄 판결 사법부 규탄!
- 시민단체들, “원료 받아 판매한 ‘옥시’유죄, 원료 공급한 ‘SK’무죄?”

조성민 승인 2021.01.15 10:14 | 최종 수정 2021.01.15 10:15 의견 0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사법부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혜정 비대위원장

[선데이타임즈=조성민 기자]어제 목요일(1월 14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지난 12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인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임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픈 우리 몸이 증거”라고 절규했다. 개혁연대민생행동 송운학 상임대표와 환경단체 글로벌 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피해자들과 함께 “재벌과 대형로펌이 야합한 결과 제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나라 사법정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송운학 상임대표는 “사법부가 미쳤다.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 항소와 상고과정에서 상식에 반하는 오심과 오판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 가해기업과 이를 수수방관하고 조장한 공직자 등을 엄벌해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헌법까지 뜯어고쳐 소급입법을 허용해서라고 살인기업과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이러한 관재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혜정 가습기살균제참사 비대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는 모두 악마의 물질이며, 악마의 물질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배경은 노태우 대통령과 SK간의 정략결혼으로 지난 30여 년간 정부가 SK를 일방적으로 계속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옥시가 유죄를 선고받게 된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 PGH도 SK가 공급한 것이고, SK 등이 이번 무죄판결을 받게 된 원료인 CMIT, MIT도 모두 SK가 공급”했다면서 “이들 원료물질이 1994년 안전성도 입증 받지 못한 채 최초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가습기살균제 대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박혜정 위원장은 “1991년 제정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CMIT, MIT는 처음부터 정부가 책임을 지고 관리했어야 마땅했던 유해화학물질이었고, 2003년~2004년에도 환경부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행령 규칙대로 안전성 시험을 했어야만 했지만,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2011년에도 가습기살균제 원조, 원죄 기업인 sk 원료물질인 CMIT, MIT는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가 지난 30여 년간 유난히 SK를 비호하며 면죄부를 주어 왔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박 위원장은 “가해기업과 정부의 공조 관계에서 지난 10여 년간 소엽 중심성 말단기관지 폐섬유화만을 폐질환으로 만들어 환경 카르텔로 묶인 집단에 의해 가해기업 구제보호법만을 만들어왔고, 정부는 인과관계 입증을 위해 쥐 실험을 하면 안 된다는 이덕환 교수님 등 명망 높은 전문가들과 피해자들의 주장을 묵살하며 처음부터 잘못 설정한 쥐 실험 결과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며, “2019년 기준 6,300명 피해자 중에 5,400여명이 천식질환을 앓고 있으므로 최초 피해자로부터 인과관계를 추정했더라면 가해기업은 확실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을 것임에도 잘못된 실험방법임을 경고한 방법으로 역학조사를 하여 무죄가 선고될 수 있도록 만든 정부가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절규했다.

특히, 박위원장은 “재판부가 ‘추가 연구가 꼭 나와야 한다’고 판결한 것 역시 거대 로펌을 끼고 있는 가해기업이 학연, 지연 등이 의심스러운 유전무죄 판결을 내리는 비(非)양심과 무능력 등 천인공노할 판결”이라고 규탄하면서 “가습기살균제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모두 잘 알고 있고, 무려 1,609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원료를 공급한 SK가 무죄라면, 사망한 1,609명의 피해자는 가해자 없이 자연사했다는 소리인가? 1심 판결이 잘못이었음을 항고심 재판부가 바로잡아 정의와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모임 단체 회원으로서 성명을 밝히지 않은 피해자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가습기살균제 대참사가 발생한 대한민국은 야만국가에 불과한가? 이윤추구에 두 눈이 먼 기업은 독성유해물질을 흡입하게 하고, 정부는 그 독성물질을 만들어서 팔도록 허가했다. 수많은 사망자와 사상자를 만들어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 및 특조위가 보여준 무능력과 직무유기, 재판부가 보여준 행태는 후진국가보다도 못한 미개국가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이어서 “전신질환과 죽음 등 피해자 몸과 생명에 나타난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무죄를 선고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며 “사람의 몸으로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쥐새끼 실험을 통한 증상을 사람에 적용해서 1,609명의 영령 앞에 인과관계가 없어서 무죄라고 선고하는 게 판결이냐? 부끄러워 못 살겠다.”고 울먹였다.

특히, 이 피해자는 “돈 벌어먹은 가해기업은 그 돈으로 거대로펌 변호사를 사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지난 10여 년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할 정부와 지난 3년 간 특조위가 천억 여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으로 인과관계 하나 밝히지 못해 무죄판결이 났다. 그 책임을 정부와 특조위가 짊어져야만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사법부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송운학 상임대표

송운학 개혁연대 민생행동 상임대표는 “원료를 공급받아 판매한 ‘옥시는 유죄’인데 원료를 공급한 ‘SK는 무죄’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우리 국민은 판사들을 법 버러지로 조롱하고 있다. 제 아무리 생화학과 의료생명과학에 무지한 하급심 말단 판사라 할지라도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자기 자신도 계면쩍었던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희대의 궤변이자 악어의 눈물이다. 아니 위선을 가장한 악마의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송운학 상임대표는 “상식적으로 폐질환을 유발하는 가습기살균제 원료와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는 서로 다른 구조와 성질을 갖고 있다. 공통점은 흡입하거나 피부에 노출되면, 각종 질병과 사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전신질환에 주목했다면,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은 곳에 계시는 판사님들은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CMIT와 MIT라는 원료와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 일부러 두 눈을 감고 눈 먼 소경 흉내를 내면서 나무 가에 가서 고기를 찾은 셈이다. 고기가 있을 턱이 없다”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글로벌 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8.8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을 청와대에서 만나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사과했다. 또, 2019.8.27. 가습기살균제참사 청문회에서 SK케미칼 최창원 전 대표와 애경산업 채동석 전 대표는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면서 “대통령과 최 전 대표, 채 전 대표 등은 정부와 기업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 ‘왜 사과한 것인가?’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김 회장은 “지난해 연말 환경부가 진상규명이 다되었다고 발표하자 정부는 사회적 참사 특조위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을 삭제했다. 이번에는 사법부마저 ‘무죄선고’로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주었다. 한국전쟁 이후 제일 큰 참사인 1,609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별 해괴망측한 판결”이라고 성토하고, “이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회적 참사로 인정하고 정부가 먼저 배·보상을 실시한 후 가해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 피해자연합, 독성가습기피해자모임,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등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과 문재환 개혁연대 민생행동 공동대표는 물론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가칭) 공익감시 민권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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