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통합의 대한민국, 헌법에게 길을 묻다

선데이타임즈 승인 2019.11.04 10:01 의견 0
동국대학교 법과대학·법무대학원 정용상 교수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법무대학원 교수]동북아정세가 심상치 않다. 한일갈등의 지속, 한미동맹의 균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중무역분쟁, 한일갈등, 남북관계의 정체 등 우리를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이 겹겹이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는 무기능화 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광장민주주의가 세상을 혼돈케 하고 있다. 내우외환의 난장판이 오늘을 사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세계사 속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최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압축성장의 기적을 일군 위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 모양이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 전 분야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사회전체가 칠흑의 밤에 폭풍을 만난 배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킬 소명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전 국민이 온갖 분파적인 씨줄과 날줄로 마다마디 쪼개져서 세상이 온통 분열과 갈등, 반목과 이반, 불신과 불통으로 점철되어 사사건건 무망한 패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저주의 끈을 자르고, 소통, 통섭, 통합, 통일의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함께 국난극복을 위한 지혜를 총결집해야 할 때이다. 그 방향성과 방법론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결코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된다. 위에서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천하의 대원칙을 찾아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규범은 헌법이다. 그 어느 누구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도 없고, 헌법을 무시할 수도 없다. 대통령도 대법원장도 헌법아래에서, 헌법 안에서, 헌법의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헌법에게 오늘의 난국극복의 길을 묻자!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헌법에게 지혜를 구하자! 인류역사상 가장 압축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모범국가 대한민국의 제2의 르네상스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개인이나 너나 할 것 없이 헌법정신에 충실하려는 법치의식과 거국적 사회대타협·국민대계몽운동이 필요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펼쳐지고 있는 광장민주주의 현상은 아직도 주권재민(主權在民)이 제대로 실천되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헌법전문에서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고, 각 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지향한다는 등의 내용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국호·정체·국체·주권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주권자를 바꿀 힘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파괴하는 그 어떤 시도도 헌법위반이다. 주권자가인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형태의 시도도 헌법위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다. 단 한 평의 땅도, 바다도, 하늘도 불가침(不可侵)·불가양(不可讓)의 우리 영토이다. 독도는 물론이고 독도상공도 내어 줄 수 없고, NLL인근의 작은 바위섬 하나도 결코 내어 줄 수 없다. 제4조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고 명한다. 만에 하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느슨한 연방제에 친한(?) 통일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또한 헌법위반이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서울 김서방 집만 가면 된다는 식의 통일정책은 안 된다. 제21조에서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소위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박멸한다는 핑계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적 규제를 하려고 들면 그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치권은 헌법의 가치와 정신, 이념과 목적을 준수하고 있는가? 혹시 그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닌지, 주권자가 의심할만한 반헌법적·몰법치적 정책을 시도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일은 없기를 기대한다. 제46조는 국회의원은 청렴의무를 부담하며,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고 정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법관이 그 직업적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함은 헌법의 정함이다. 이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국회의원과 법관이 절대다수이기를 희망한다.
 
1987년 체제의 꽃인 대통령직선제·5년 단임제하의 대통령은 하나같이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주권자인 국민은 대통령제 민주주의가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대의민주주의 또한 무기력하기 짝이 없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는 권력의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이 도래하였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사회혼란은 현행헌법의 모순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현재의 난국을 수습하는 한 방안으로 개헌을 통한 국민통합을 모색해 보기를 권한다.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분권형 개헌을 통한 국민통합의 용광로로 개헌이라는 카드를 활용하면 어떨까! 개헌여부와 무관하게 오늘 이 순간 국난극복의 열쇠는 헌법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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