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젊은 보수에게 顧함···어느 늙은 보수의 苦言

선데이타임즈 승인 2020.05.05 10:59 의견 0
이용구 前중앙대 총장

[이용구 前중앙대 총장]6.25 전쟁이 끝난 후인 1954년도에 태어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모습인 춥고 배고픈 유년 시절을 보냈고, 잘 살아보세! 구호를 외치면서 처절하게 살아와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늙은 보수가 풍요로운 세상에서 태어나 4차 산업 혁명기에 국가를 책임져야할 젊은 청년 특히 보수 우파 청년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부모님 세대들이 얼마나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살아왔는지 아무리 이야기해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해방 후에 지난 70여년을 처절하게 살아온 우리들에게 자유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조국입니다. 외국인들은 ‘어떻게 대한민국이 6.25의 폐허 속에서 이렇게 세계 최강의 ICT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가?’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네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어나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 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25시간 인 것처럼 처절하게 노력하여, 이제는 세계 최강의 ICT 선진국을 이룩한 국민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난관을 근면과 지혜로 극복해왔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IMF 위기 상황하에서도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여 단시간 내에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않았는가? 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면 외국인들이 감탄과 존경의 시선을 보냅니다. 

그렇게 자랑스럽고 희망적인 자유 대한민국이 점점 희망의 빛이 사리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지난 70년 가까운 세월을 처절하게 살아온 한 늙은 보수가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젊은 보수 여러분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몇 마디 하고자 합니다.

1. 정치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정치는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 운영 체제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선거를 통하여 국가와 지역 지도자와 의원들을 선출하여 국가를 운영 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등 국가가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고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탁월한 지도력으로 국가를 안정화 시키고 발전시킨 지도자들이 있다. 반면에 독일의 히틀러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지도자가 되었으나 2차 대전을 일으켜 전 세계를 파멸에 이르게 하였고, 중남미 국가들인 브라질의 룰라, 아르헨티나의 페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등은 모두 합법적인 선거에 의하여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 포퓰리즘 정책을 실시하여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였지만 결국 국가를 파탄에 이르게 하였다. 

이렇듯 어떤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그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 예는 세계역사를 보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가정이나 기업·단체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 집단의 역량은 그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 역량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국가 미래를 위하여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여기에서 정치란 지방 기초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는 모든 대표자들을 말한다. 이런 자리에 젊은 청년들이 국가 사회 미래에 대한 비젼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 나이 먹은 꼰대들에게 길을 묻지 말라.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살아온 여정에 근거하여 세상을 판단한다. 우리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있다. 일부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라는 신념으로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생각하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한 시장주의자들과, 이렇게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불평등이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절대적으로 평준화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이론적으로 열심히 공부한 사회주의자들로 구분할 수 있다. 

한 집단은 보수주의적 집단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집단은 진보적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집단은 기본적으로 자기들 관념에 매몰되어 세상을 이분법적 사고로 판단하고 대립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는 이러한 이념적 대립이 첨예하게 분출되어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과거에는 보수주의적 산업화 세력이 정권을 잡았었으나 최근에는 진보적인 세력이 정권을 쟁취하였다. 그러나 내 판단에는 두 이념 모두 4차 산업혁명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보수건 진보건 현재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국가 미래에 대한 길을 묻지 말라.’ 그네들이 무슨 말을 하던지 그건 반드시 틀린 답이다. 이제 여러분은 여러분이 살아갈 시대에 맞는 ‘뉴노멀’을 정립해야 한다.

3. ‘뉴노멀’은 왜 필요한가? 
우선 내가 살아온 세상과 여러분이 사는 세상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대학을 졸업한 70년대 후반은 우리나라 산업화가 한참 진행되던 시절로 대학 졸업 후에 직장이 넘쳐나서 취업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어떤 직장에 취직을 하던지 밤낮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며 결혼하고 집장만 하면서 안정된 삶을 누리며 살아왔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하나하나 성취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어렸을 때 비교적 풍요로운 시절을 보낸 여러분들은 대학 졸업 후에 직장 잡기도 힘들고 결혼과 집장만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인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집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꿈 보다는 현실에 있어서 불안한 마음이 더 크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기에 들어서 있다. 매번 산업혁명기 마다 경제 체제의 변혁이 생기면서 기존의 일자리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는데 그 시차가 항상 존재해 왔다. 바로 지금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재편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그런데 1,2,3차 산업혁명에서는 1차 2차 산업 체제의 재편으로 3차 산업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1,2차 산업의 잉여 인력이 3차 산업으로 흡수되면서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1,2차 산업뿐만 아니라 3차 산업에 있어서도 AI와 ICT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상당기간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전체적인 경제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부의 편재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개인의 현재 행복을 최대 가치로 생각하는 여러분들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뉴노멀’은 어떻게 정립해야 하나? 이 문제는 여러분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4.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사회복지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우파 집단은 개인의 자유와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각자의 능력에 따른 부의 편재 현상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진보 좌파 집단은 부의 편재와 사회적 불평등은 국가 제도적 문제로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념적 대립으로 보수 우파에서는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고, 진보 좌파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의회의 ‘모든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자’라는 주장에 대하여 ‘어려운 가정 학생들에게만 선택적으로 급식을 제공하자’라는 안건으로 시장의 직을 걸고 서울시민 투표에 붙인 결과 상대당의 투표 불참 운동으로 개표도 못하고 오 시장의 패배로 서울시장을 물러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 이후에 보수 우파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이번 총선과 같은 참패를 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러분들은 이제 국가 사회복지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1,2,3차 산업 모두에서 AI, ICT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즉 부의 편재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국민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제까지 보수 우파에서 정부의 확대 재정 정책을 ‘포퓰리즘’이니 ‘정부 재정 퍼주기’니 하면서 비난해왔는데, 과연 이런 보수우파의 ‘정책 방향이 옳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기 바란다. 정부 재정 확대를 통한 국민 기본 생활 보장이라는 방향은 이제 세계적인 대세라고 생각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그 재정을 마련할 것인가? 그리고 현재의 좌파 정부에서 하듯이 무조건 현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 최선인가? 아니면 국가 재정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위한 교육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가? 이스라엘의 탈무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고기를 줄 것인가? 아니면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인가?’ 에 대하여 고민을 하기 바란다. 

5. 세계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통일 문제이다. 
우리 세대는 우파에서는 북한 주민들도 우리 형제들이므로 김일성 집안의 3대 세습 독재 권력을 종식시키고 북한을 흡수 통일해서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진보 좌파에서는 (일부에서는) 한반도의 정통성이 북한 김일성 집단에 있다고 생각하며, 현재 북한의 지도부를 인정하면서 그들과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한반도 전체를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의 중간 형태인 사회주의 체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통일방안도 우리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과 사회 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은 늙은 세대는 우리나라 한민족이 통일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 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더욱 중요시 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통일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이대로 지내면서 가까운 형제처럼 지내는 것이 좋은가? 플렉스 한 삶을 살고자하는 여러분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6. 젊은이여 기개를 가져라. 
분명 여러분들 기본적인 사고의 틀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분을 이해할 수 없듯이 여러분들도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늙은 보수들이 여러분들과 다른 주장을 하면 과감하게 ‘당신네 생각이 틀렸소’ 하고 주장하라. 그리고 그 이유를 제시하라.  만약에 늙은 보수가 화를 내면 그런 사람은 ‘꼰대’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 세계에는 핀란드 총리 산나마린(1985년생), 뉴질랜드 수상 자신다 이든(1980년생), 프랑스 대통령 에마뉴엘 마크롱(1977년생),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1971년생) 등 여러 나라에서 3∼40대 지도자들이 국가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늙은 보수와 진보들은 자기들의 진영 논리에 갇혀서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도 포퓰리즘으로 국가 경제 파탄을 초래한 중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 된다. 이념 논쟁에 있어서 보수 우파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원리에 의하여 경쟁 사회를 지향하고, 진보 좌파는 사회민주주의와 국가 계획 경제 원리를 주장하며 평등을 핵심 가치로 추구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진보 좌파를 실험한 여러 나라들이 결국은 경제 파탄으로 국가 부도 사태를 당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기본적인 이념 논쟁에서 보수 우파의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우월한 것이 입증 되었다. 그러나 현 시대는 이러한 시장 경제 원리에 더하여 국민 기본 생존권 보장이라는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 운영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젊은 보수주의자 여러분들이 나서서 국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준거 ‘뉴노멀’ 을 주창하라. 나와 같은 많은 보수 우파 들이 그대들을 믿고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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