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1대 국회에 바란다

선데이타임즈 승인 2020.05.22 11:30 의견 0
이용구 前중앙대 총장

[이용구 前중앙대 총장]지난 4.15 총선에서 21대 국회의원 300명이 새롭게 선출되었다. 20대 국회는 갈등과 독선적인 운영으로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의 오명을 들으며, 파행을 거듭하여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자세로 협치하여 4차 산업의 혁명기를 대비하는 국가 미래를 위한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초선의원의 수는 152명으로 과거 어느 때 보다 초선의원의 수가 많아졌다. 반면에 지난 20대에 국회의원을 지낸 분들 중에서 149명이 의원 금뱃지를 반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국회의원 4년 또는 그 이상의 임기를 마치고 나오는 전직의원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들은 바에 의하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상당 기간 동안 박탈감에 허전함을 느낀다고 한다. 왜 그럴까? 만약 국회의원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국가 미래를 위한 입법 활동에 밤낮으로 매진하였다면, 임기를 마치고 나올 때에 홀가분한 마음에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마치는 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자유인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 출발점은 바로 국회의원들이 천상(天上)의 권력자로부터 보통 국민의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즉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엄청남 특권들 중에서 입법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를 남겨놓고 다른 모든 특권을 포기하여야 한다. 우선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법적 행동기준을 일반 국민들보다도 더욱 높도록 정해야 하고,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도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별정직 공무원 8명과 인턴직원 1명 등 모두 9명에 이르는 보좌진의 수를 5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 년 1억 4,689만원에 이르는 엄청남 세비를 공무원들 평균임금 정도로 낮추어야 한다. 나아가 국회의원 1명당 직접 비용으로 년 6억 7600만원 정도 지원이 되고, 기타 비용 포함하여 4년 동안 대략 35억 정도의 국고 지원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엄청난 국고 지원에 더하여 200가지가 넘는 갖가지 특권들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지상에서 천상으로 올라가고 낙선하면 천상에서 지하로 추락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엄청난 국고 지원을 받으며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20대 국회에서 4년간 발의된 법안들 중에서 36% 정도인 8,819건을 처리하였으나, 1만 5천여 건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였다. 

이는 역대 최저 법률처리 수준으로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평가이다. 이렇게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 평가를 받아도 반성을 하고 특권을 내려 놓겠다거나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나아가 법률 검토와 의결에 있어서도 개개 의원이 진정으로 헌법과 양심 그리고 전문성에 의하여 투표를 하였나? 법관은 ‘법과 양심에 의하여 재판한다.’ 그런데 법관들의 재판의 준거가 되는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진정으로 헌법과 전문성, 그리고 양심에 의하여 법안에 찬성/반대를 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자신의 전문성과 양심에 의한 투표보다는 소속 정당의 당론에 따라서 투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나아가 자기의 소신에 의하여 투표를 한 사람은 다음 국회의원 공천에서 배제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렇다면 국민은 왜 이렇게 엄청남 혈세(4년 동안 총 1조 5000억원 정도) 지출을 하며, 그런 어마어마한 ‘특권을 누리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된다. 만약에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당론에 의하여 투표하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각 정당별로 1명의 국회의원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아무리 많아도 10명 정도의 국회의원이면 현재 우리 국회가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현재와 같은 300명의 국회의원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다워야 한다.

즉 밤낮으로 많은 전문가와 일반 국민을 만나면서 국가의 모든 제도와 정책들이 올바로 실행되기 위하여 어떠한 입법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행정부가 제대로 국가 운영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의 표결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헌법과 양심, 그리고 전문성에 의하여 찬성과 반대 의사를 표현하여 올바른 법률이 제정되도록 하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지하철과 자전거로 국회에 출근하면서 일반 국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은 이루어질 수 없는가? 국회의원들이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진정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입법활동과 정부 견제를 제대로 한다면 일반 국민도 국회의원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이 국회의원을 만나면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시냐고 격려와 위로를 하면서 따뜻한 차 한잔 대접하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멋진 국회의원 활동을 재선으로 8년 동안 봉사한 후에, 3선에 도전하라고 하면, ‘그동안 국가에 봉사를 충분히 하였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내 인생을 즐기고 싶다’라고 손사래 치는 국회의원 모습은 상상만 하여도 흐뭇하다. 이제 이러한 미래 지향적인 국회의원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국회 개혁을 위하여 국민이 나서기 전에 초선의원이 과반수인 21대 국회에서 이런 멋진 국회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기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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