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인사청문회, 태영호 의원 ‘주체사상’ 발언···여당 맹공

- 태영호, “주체사상을 신봉한 것 아니냐”며 대북관 질의
- 이인영,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
- 김영호, “지나친 질문은 국회에 대한 모욕” 반박

윤석문 승인 2020.07.23 18:44 | 최종 수정 2020.07.23 18:49 의견 0
태영호 의원의 질의를 메모하고 있는 이인영 후보자

[선데이타임즈=윤석문 기자]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오늘(23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인영 후보자 청문회의 오전 질의는 '사상 검증'에 집중됐다.야당은 이인영 후보자가 과거 '주체사상을 신봉한 것 아니냐'며 대북관을 캐물었고, 여당은 지나친 질문은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지역구 선거를 해보니 '태영호는 빨갱이다. 사상검증 안됐다'는 (공격)받았다"며, 이 후보자를 향해 "후보자께서도 이런 말씀 들어보셨겠죠?"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는 비교 자료를 내보이며, 여러 의혹을 제기하던 중 "후보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며, "후보자도 '주체사상을 버렸다.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인영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건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 아니겠느냐"라며,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아무리 의원님이 제게 청문 위원으로 묻는다고 해도 그건 온당하지 않은 질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덧붙여 "북에선 '사상 전향'이라는 게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겠지만, 남쪽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같은 게 법적으로 (규정)되진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그런 측면에서 의원께서 제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이 후보자의 답변을 메모하고 있는 태영호 의원


여당도 태 의원의 질의에 대해 맹비난을 쏟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이자 통일부 장관 후보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라고 하느냐"라고 따지며, "국회를 굉장히 모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을 향해 "신중하게 접근하라"며, "통일부장관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거나 예민한 문제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문의하라"고 주문했다.

윤건영 의원도 태 의원에게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 후보자와 같이 독재시절 수많은 청년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그렇게 함부로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천박한 사상 검증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재정 의원 역시 태 의원을 겨냥해 "질의 시간을 애써 써가면서라도 되짚어야 할 내용이 있다"며, "후보자의 과거 생각과 사상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김영주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얘기한 걸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다신 전쟁이 일어나선 안되고 평화와 국민을 위해 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사상을 '운동·좌파' 같은 발언으로 폄하한 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당 의원의 반박에 태영호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 의원을 압박하는 게 오히려 민주주의 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향한 여당 의원의 다양한 발언에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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