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칼럼

교육에서의 변별력(辨別力)!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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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고관리자 기자작성일 19-01-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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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이공훈 자유기고가]  가르침과 배움에서 흔히 요구되는 덕목 중에 변별력이라는 것이 있다. A와 B 사이에 우열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를 가르쳐도 배우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국어시험을 보았는데 A와 B의 점수가 같이 나오면 매우 불편해 하고, 비합리적으로 보려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경우, 변별력이 부족한 시험이라는 혹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학수능시험의 경우 더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온다. 대상이 100명이든, 1000명이든 10,000명이든 기어코 학생들의 점수를 소수점 이하까지 계산하고 석차와 등급을 매겨서 줄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이러한 변별력을 강조하는 평가제도가 과연 합리적이고 시대 상황에 부합되는 것인지 의문조차 갖지 못하고 살아왔다. 더욱이 이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 중에 하나인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검증된 적이 없다. 그나마 2012년부터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은 기존의 중간, 기말고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상시평가’와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고 ‘창의서술형 평가’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평가는 이스라엘을 비롯하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방식이다. 변별력을 산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지만, 1등과 2등의 차이를 만든 급간의 신뢰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백해무익하다. 즉 1등과 2등의 교육적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가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가장 중요한 교육의 당사자를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고, 도약과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체가 되어야 할, 교육당사자가 평가의 객체로 전락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전근대적인 가치관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따라서 급간의 차이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최대한 단순하고 범주를 넓게 만드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 채택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미국의 중등학교에서는 우수그룹, 보통그룹, 열등그룹 등 3 단계를 두고 있다. 이럴 경우 급간에 속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고, 면도날처럼 세세한 석차가 없어서 열등감과 자존감의 손상 정도도 낮아진다.
 
  ‘F학점의 천재들“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따분해서 수업 중에 딴 생각만 하는 학생들 중에 발군을 실력을 보인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컨대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경우에는 대학에도 들어가기 힘들었다. 현재도 우리나라 중등학교 학생들은 점수와 석차라는 학교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이런 야만과 무지 앞에 노출되어 있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학교의 국어시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자들이 훗날 유명작가가 될 수도 있고, 유명한 시인이나 훌륭한 다큐멘터리 작가도 될 수 있다. 국어뿐만이 아니고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10년 연속 TED 최고의 명강연으로 명성이 높은 ‘켄 로빈슨’은 ‘타고난 아이들의 창의력을 학교가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국가주도의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기현상인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도정의 미학(途程의 美學)이다. 자기가 배우는 과목에서 얼마만큼 갈고 닦아 명검이 될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만큼 열려있는 영역이 아니겠는가? 학교에서의 가르침과 배움이 이처럼 열려있는 세계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제공하는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 지금처럼 예리한 변별력의 잣대로 계속 비교하는 것은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숭고한 행위를 몰이해하거나, 평가권이라는 권력을 남용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특별한 존재이다. 신체, 지능, 성격과 관심사가 다른 것처럼 평가에 반응하는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변별력이라는 획일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댈수록, 인간의 존엄성과 상상력은 뭉개져 버린다. 국가라고 해도 이런 폭력이 합법화될 수 없는 것이다. 변별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개별성을 강조하고 인정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도 성적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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