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칼럼

[칼럼]창의성! 교과서를 버려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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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권영출 기자작성일 17-05-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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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원장 권영출]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이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토가 넓고 인구와 부존자원이 풍부한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상황은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은 ‘교육’밖에 없다. 국가별로 비교한다 해도 미국이 ‘금수저’ 국가라면, 우리나라는 ‘흙수저’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초에 일본의 식민지로 수탈당하고, 그나마 해방이후에는 동족 간 전쟁으로 폐허로 변해버린 나라에서, 자원도 없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
 
지금 먹고 살만하니 모두 당연하게 여기지만, 60대는 배고픈 어린 시절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학교 급식으로 제공되면 우유죽이며, 빵 이야기를 할 때면 어린 시절이 손바닥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의 경제 기적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은 박대통령이 아니라, 수제비죽을 먹으면서도 악착같이 자녀들을 교육시킨 억척스런 우리 부모들이다. 교육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과거 세계 1차 대전에 참여할 당시의 일본 남성의 95%와 여성 90%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60년에서 1980년 때까지 20여 년간 평균 9% 정도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이때의 고교 진학률은 95%를 상회했다.
 
그러나 20세기에 그토록 효자노릇을 했던 ‘교육의 투자효율성’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면서,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모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급속하게 밀려오는 21세기의 새로운 물결,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교육방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사실 1997년에 고시된 7차 교육과정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만들어졌다. 7차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인간상에는‘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등이 언급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안도 철학도 없었을 뿐 아니라, 구태의연한 과거의 교육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교과서 저자들조차 처음에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집필에 들어갔지만, 결국 집필상의 유의점을 보면서 ‘창의적 교과서’를 썼다가는 검정에서 탈락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창의성은 과거의 규례와 관습, 전통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정의 칼자루를 가진 교육 관료들의 머리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한때 교과서 저자라는 사실에 깊은 자긍심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7차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고뇌와 혼란에 빠졌다. ‘교과서가 학생들의 창의성과 비판능력 그리고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가 ?’ 라고 물어본다면 ‘yes’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과목의 경우에는 교과서가 꼭 필요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교육부에서 제공한 교육과정이면 족하다고 본다. 교재는 지역과 학교의 상황 그리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도록 교사가 창의적으로 작성하면 된다.
 
교사가 창의적이지 않는데, 어떻게 학생들의 창의성을 자극될 수 있겠는가 ? 교과서를 개발한 출판사들은 교과서 채택을 위해 교사들의 수업지도안을 종합세트로 제공해 주고 있다. 특별히 연구하지 않아도 최고의 교안이 제공되는데, 선의(?)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이거야 말로 창의성을 말살하는데 일조했던 것이다. 요즈음 교사들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맞춤형의 다양한 학습 자료가 제공되지 않으면 맨붕에 빠질 수 도 있다. 출판사와 교사들의 욕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출판사는 학생들에게 참고서를 팔아서 이득을 취하고, 교사들은 손쉽게 학습 자료를 손에 넣었다. 이런 일상적인 관행이 창의성 말살에 기여했으리라 생각하는 교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것이 전혀 없는 부자 집 아이처럼 학교 현장은 교수학습을 돕는 교재와 교구, 시청각자료, 인터넷 기자재들로 넘쳐난다. 더 이상 연구하는 것이 낭비처럼 느낄 수 있는 현장에서 창의성이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 상업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출판사들의 연구진에 의해 생산된 자료들이 학교 현장을 꽉 잡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정글의 법칙이 그나마 적용되지 않는 곳이 유아원과 유치원이라 할 수 있다. 주변에 유아교육기관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을 설펴보면, 그곳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창의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국가에서 만들어주는 교재나 지침이 적으면 적을수록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다양한 교육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질문하면 거리낌 없이 대부분이 손을 들고 말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생각을 내놓는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을 본다. 여기서는 답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아동들이 거의 없다. 이럴 때,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고, 자존감도 길러지고 호기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교과서라는 절대 불가침의 기준서가 제공된다. 의미상으로 같아 보이지만, 정답이 아니라는 절벽과 마주친다. 그리고 선생님의 질문에 항상 손을 드는 것은 바보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체득한다. 선생님이 원하는 답,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는 그것이 아니면, 계속 그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유도하는 선생님을 보았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이런 상황이 싫지만, 객관식 평가에서는 여러 개의 정답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직 정답이 하나인 문항을 만들어야 하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하게 꼬아서 혼동시키기까지 한다. 심지어 평가문항에 대한 장학지도까지 받아야 하는 학교에서는 별도리가 없다. 이런 몸통은 그대로 둔 채 창의성을 외친다고 변화가 오지 않는다.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드는 것을 반대하면서, 바로 ‘교과서’자체가 21세기로 나가는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을 보지 못한다. 인류가 5000년에 걸쳐서 축적한 데이터가 요즈음은 단 하루 만에 생산된다고 한다.
 
이런 세상에 한번 만든 교과서를 몇 년씩 사용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맞지 않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연구하고 학습한 것을 정리하고 스크랩하여 결과물을 내놓으면 된다. 동일한 ‘학습 목표 성취’를 위한 학습 활동의 결과물이 수 천, 수 만개의 다양한 사례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오늘 수업내용과 일주일 수업내용이 분명 다를 것이다. 이것이 정상인 것이다. 학습지도안 하나를 가지고 20개 학급에 앵무새처럼 똑같이 전달하는 현재의 수업방식이 21세기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겠는가 ?
 
교과서를 없애는 것이 두렵다면, 현재의 1/10 정도로 줄여서 제공하고, 나머지는 각 학교의 교사들에게 맡겨라. 이런 혁명적인 조치가 없는 한, 오직 교육의 힘 하나로 미래사회를 타개해 나가야 할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계속 머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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