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칼럼

묵가의 삼표법이 생각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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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고관리자 기자작성일 18-06-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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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출=윤리위원장]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날마다 작고 큰 의사결정을 해야 할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오늘 입은 양복에 어울리는 넥타이로 어떤 것을 고를까? 하는 사소한 것에서 부터,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은행융자를 빌려서라도 강남으로 이사가야 할까? 하는 복잡한 문제도 있다. 그때마다 나름대로의 경험 또는 어떤 원칙이나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런데 그 결정이 엄청난 손실과 후회를 동반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면 은행융자를 얻어서 큰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은행의 이자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내가 산 집값은 서서히 하락하는 일이 생겼다면 큰 낭패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노력한다 해도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의 묵자라는 위대한 성인은 판단의 세가지 표준을 제시한 바 있다. 2500년 전 인물의 말씀이지만, 요즈음처럼 가치관이 혼돈스러운 시대에 빛나는 통찰력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가 제시한 3가지 판단의 기준은 본(本), 원(原), 용(用)이다. 어디에 본(本)을 둘 것인가? 위로 옛 聖王(성왕)의 사례를 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역사를 살펴보아 입증할 근거가 있는지 살펴본라는 뜻이다. 둘째, 어디에 원(原)을 둘 것인가?  백성(국민)들이 실제로 눈과 귀로 경험한 사실에 근거하는가 이다. 셋째 어디에다 용(用)을 둘 것인가?   그것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합치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현대 언어로 풀어보자면,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내가 사용하려는 ‘기준과 원칙’ 있는가 ? 그것이 경험적 사실과 일치하는지 또는 자료로서 검증가능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이 많은 사람들의 이익에 도움을  줄 것인지 살펴보라는 뜻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분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지방자치 선거에서 ‘북미회담, 대통령의 지지도, 홍준표 대표’가 투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언론의 평가를 인정한다면, 이번 투표는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작은 마을 혹은 지역 단위의 일꾼을 뽑는 기초자치의원과 단체장의 선택의 기준에 ‘북미회담 성과, 대통령 지지도, 야당 대표의 막말’을 판단의 준거에 포함시키는 것인 옳은가 ? 라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기준이 중요한 나머지 기준을 무력화시킨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투표가 국민 모두에게 유익할 것인지 역사적 사례 등을 통해 검토해 보았는가 ? 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과거의 사례가 항상 똑같이 반복된다는 법은 없지만, 반추하여 추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와 동일한 결과를 가져왔던 2006년 제4기 지방의회를 살펴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당시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지방의회 의석을 독점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년 뒤 2009년 주간동아 특집호에서는 ‘지방의회 비리 행태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라는 글이 실린 바 있다. 한나라당이 독점했던 지방자치는 여러가지 비리와 부폐로 얼룩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중심 내용이였다.

 

  실제로 행정자치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기 지방자치때 지방의원의 뇌물수수, 특별경제가중처벌법 위반자가 5기, 6기와 비교할 때 가장 많은 368명이었다. 이 숫자는 전체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3621명의 10%를 넘는 숫자다. 임기 동안 10명 중 1명은 법을 위반하여 처벌을 받았다. 2009년 서울 강북구의 최선 의원은 ‘일당 독재가 지방자치를 죽인다.’라며 1당 주도의 제4기 지방의회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미 한국당은 얼마전에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를 염두에 둔 진정성이 결여된 고백이었기에 국민들을 강동시키지 못했다.

 

 아마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우리를 한국당과 비교하지 마라. 절대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절대 부패하지 않는다.’,라고 자신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을 추구한다는 정치이념에서 여당과 야당이 결코 다를 수 없다. 투표를 통해 드러난 이번 결정이 국민들에게 두루 유익하지 못한 쪽으로 흘러간다면 국민들은 당황스러워 할 것이다. 그리고 ‘흰쥐나 검은쥐나 권력을 쥐면 똑같이 부패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20년에 치루어질 총선에서 다시 승리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향후 2년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근신하면서 협치의 묘미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내 사람, 내 편 중심으로 진용을 짜는 순간 한나라당이 걸었던 그길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기도지사의 여배우스캔들, 거짓말관련 고소 사건과 곧이어 진행될 드루킹특검의 결과가 어떤 새로운 불씨를 만들지 알 수 없다. 요란한 축하 파티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한 다양한 ‘특권내려놓기’를 선제적으로 실천하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주도가 되어, 기초자치단체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앞장서서 폐지하겠다고 하면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손에 있는 것을 내려놓으며 자정하려고 할 때, 진정성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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