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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더 넓은 세계를 향하여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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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양심 기자작성일 18-08-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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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주간> 여행은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것을 말한다. 쾌락을 위하여, 휴식을 위하여, 발견과 탐험을 위하여, 다른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등으로 여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에는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우리는 자기수련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더 넒은 세상을 향하여 여행을 떠나야 한다.

불교 창시자인 석가모니(BC 563? ~ BC 483?)는 일상생활을 접고 어떤 여행을 했을까? 그는 생후 7일 만에 어머니 마야부인과 사별한다. 당시의 풍습에 따라 결혼도 하고 자식도 얻는다. 하지만 석가모니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 생로병사 등을 목격한 뒤, 인생의 밑바닥에 잠겨 있는 괴로움의 문제와 당면한다. 그 후 집을 두고 여행을 떠난다.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밑에서 명상을 하며 평화를 얻는다. 여행으로 삶의 목적을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초 세계일주 기행문은 한말의 충정공(忠正公) 민영환(1861∼1905)이 쓴 ‘해천추범’이다. 조선 근대화를 위한 제목으로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1958년 간행된 책의 서두에는 임명 조칙이 실려 있다. 본문에는 사행 기간 동안 활동한 사항들이 날짜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말미에는 관련국서(國書) 및 사행 시집 등이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우리 나라는 등하불명(燈下不明)이 된다.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고종과 왕세자는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 그들은 1896년(건양 1) 2월 11일부터 약 1년간 조선의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관(공사관)으로 옮겨 거처한 사건이 아관파천이다. 이 수치를 겪은 고종은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한다. 일본을 견제할 힘을 빌리려고 보낸 특사는 명전권공사 민영환을 비롯하여, 수원(隨員) 자격의 학부협판 윤치호(尹致昊), 2등 참서관 김득련, 3등 참서관 김도일(金道一), 민영환의 수종(隨從) 손희영(孫熙永), 그리고 통역 겸 안내자인 러시아 사람 스타인 등이다.

1896년 4월 1일 서울을 출발한 민영환 일행은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인천에서 군함을 타지만 제시간에 중국에 도착하지 못한 일행은, 유럽행 배를 놓치고 서둘러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가 다시 배를 탄다. 태평양을 횡단하여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으로 입국한다. 미 대륙을 철도로 가로지른 후, 뉴욕에서 배를 탄다. 다시 상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런던에 도착한다. 유럽 대륙의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를 거쳐 러시아로 겨우 들어간 것이다.

민영환 일행은 5월 26일 크레믈린 궁에서 거행된 러시아황제의 대관식에 참관한다. 하지만 궁 안에서는 관(冠)을 쓸 수 없다고 하여, 정작 식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의 플랫폼에서만 대관식을 지켜본다. 특사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려고 할 때이다. 러시아 측은 조선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금은광산, 철도, 무역, 중국·러시아 국경상황 등을 볼 수 있는 시베리아를 경유하여 귀국할 것을 권유한다.

민영환 일행은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6개월 2일 만에 조선으로 돌아온다. 지구 한 바퀴를 완전히 돌면서 중국‧일본‧미국‧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러시아 등 11개국 이상을 거치게 된다. 힘없는 조선을 위해 헌신했던 그 여정이,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이 된 것이다. 이 여정을 기록한 여행기 '해천추범(海天秋帆)'을 살펴보면, 발달한 서구 문물을 직접 본 민영환이 받은 감동과, 그 발달을 조국에 들이고 싶은 안타까운 열망이 잘 나타나 있다.

여행을 하면, 석가모니처럼 명상으로 깨달음을 얻는가 하면, 한국최초의 세계기행문처럼 나라사랑, 나라걱정을 동반한 가슴 아픈 여행도 있다. 1942년 콜롬보스가 영국에서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탐험이래로, 우리는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먼 거리를 여행해왔다. 지금은 비행기를 타고 지구촌 어디든지 한 달음에 갈 수가 있다. 우리 모두는 자기수련을 위해서, 또한 지구촌의 발전을 위하여 더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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