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칼럼

정의와 공의가 사라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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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고관리자 기자작성일 18-11-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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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장]언제부터인가 부정이나 비리 소식을 들어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또 터질게 터졌나보다라는 무덤덤함으로 뉴스를 접한다. 근래 들어 특히 기업가나 정치인이 다양한 형태의 부정·부패, 비리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경제와 안보불안에 더하여 사회전반의 부패까지 총체적 위기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조선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경세가인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이 떠오르는 이유다. 다산은 당시 “온 세상이 썩은 지 오래다. 부패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다”고 개탄했다. 조선말기 관직의 매관매직이나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는 그 정도가 심각하여, 결국은 왕조멸망의 시간을 재촉하게 되었다. 선진국인지의 기준은 법치주의 성숙도에 따르기도 하지만 부패지수가 그 기준이 되기도 한다. 후진국일수록 부패가 심하다. 비교적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가 아직, 아니 앞으로도 구조적 비리사슬의 틀 속에서 공공연히 범죄(?)가 이루어진다면 이건 안 될 일이다. 다산의 호통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세상이 반듯하게 잘 돌아가려면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 법의식이 확립되어야 한다. 법이 아닌 그 무슨 어두운 거래를 통하여 일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그 사회는 회복불능의 후진사회에서 저열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상생의 선진적 시민사회를 구축하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발전하면 세상은 맑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궁극적으로 국민경제도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재판을 받고 있고,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내 걸고 국가권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직역은 거의 직권남용·금품수수 등의 부정이나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 진위는 밝혀지겠지만 그것을 조사하는 과정이나 절차가 적법절차에 따라야 만이 그 결과에 대해 당사자도 국민도 승복하게 될 것이다. 적법절차와 인권보호를 철저히 함으로써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꿈을 접지 않고 유지할 버팀목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국민의 가슴을 싸늘하게 한 사건 유형을 꼽아 보면, 대기업일가의 피용자에 대한 안하무인적·몰인격적 권한남용 및 인권침해, 공금횡령 또는 배임을 통한 사적 이익 추구,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또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인사채용과정에서의 현대판 음서제도(고용세습), 학교급식에서의 공급계약비리, 유치원 경영자의 국가지원금 떼먹기, 원생 숫자 부풀려 지원금 과다청구, 고위공직자나 공사기관·단체장의 법인카드 불법사용, 정치인·고위공직자의 선거비리나 성범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부정과 비리가 뻔뻔스럽게 횡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유치원 비리를 보면서 가뜩이나 인구절벽의 위험에 이미 노출된 한국사회 현상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게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인가? 아니면 멸문을 향해 요단강을 건너는 자의 모습인가?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비리공화국, 부정부패공화국, 떼법공화국이다.  

 

이러한 부패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민간보다 정부가, 개인보다 단체가 먼저 법과 원칙을 지키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 개개인의 의식속에 건강한 법인식이 잠재되어 있어야 한다. 세상의 공기 자체가 정의와 공의로 꽈 채워져 있어야 한다.  

 

첫째, 인사가 만사다. 정부건, 공공기관이건, 기업이건, 인사지스템이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부여가 되어야 하고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한다. 특히 정부고위직 청문회의 실질화를 통해 정부인사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유명무실한, 요란하기만 한, 순전히 신상털기에 급급한 형식적 청문회를 거치면, 또 청문보고서 채택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은 도덕성도 전문성도 결격으로 검증되었음에도 그 후보를 독단적으로 임명하므로 인하여 입는 국민의 정서적 고통은 결국 정부정책의 불신으로 돌아가고, 청문절차를 통하여 리더십을 상실한체 입각하여 세월만 낚다가 적당한 때에 무책임한 상태로 자리를 떠나게 된다. 청문회를 실질화 하여 신상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정책진단은 공개로 하여 그 결과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임명을 할 수 없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청문회 자체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신상사항과 정책사항을 구분하여 엄정하게 검증하고, 청문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부적격으로 처리할 때에 국민의 정부인사에 대한 신뢰가 커질 것이다. 

 

둘째, 국가 재정에 관한 통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통령후보가 되면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을 남발해 놓고 당선이 되면 그 선거공약의 타당성여부에 대한 검토없이 정부정책으로 채택되는데, 특히 헌법상 태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이므로 임기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도출하려는 과정에서 국가재정의 무리수를 뚜게 되어 채무초과공화국이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헌법에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공기업(공공기관)이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정부에 예속되어 있어, 정부부채를 공기업이 떠맡는 경우도 있으므로 공기업의 사업건전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공기업 임원인사를 낙하산인사니 전관예우식 퇴직자구제용인사니 하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인사검증 및 임용시스템의 객관성·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행법상 공공기관 임원인사가 얼마나 불편한 진실을 많이 숨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 조차도 부끄러울 만큼 전문성도 리더십도 없는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인사가 주류이다. 공공기관 중에서 국가재정 또는 공공성부분이 큰 단체의 장의 경우 선별적으로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실익이 있다.  

 

또한 국가예산지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랏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은 고쳐져야 한다. 공적 업무에서 투명성과 청렴성이 두드러져야 한다. 복지관련 예산이 줄줄 세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유치원지원금 횡령이나 학교급식비리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신출귀몰한 예산빼먹기가 다반사인 상태에서 정부예산 용처가 많다는 구실로 계속 세금을 많이 거두겠다는 것은 현대판 가럼주구식 조세행정이다.  

 

셋째, 현대판 음서제도(고용세습)의 발본색원이 절실하다. 서울교통공사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회의원의 친인척채용은 이미 몇 년 전에 터졌고, 금융기관 또한 관치금융인지라 위로부터 떨어지는 핵폭탄급 청탁(하명?)을 버텨 낼 수가 없을 것이다.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올곧은 기준에 의한 공정한 채용시스템에 의한 선발 외에는 약이 없다.  

 

넷째, 공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필자는 비교적 세속적 표현대로 ‘노인십계명’(?)을 잘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서 그 제1 계명인 지갑을 쏜살같이 빼서 계산을 잘 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후원이나 기부를 해야 할 경우 소액이나마 잘 지출하는 편이다. 문제는 밥이나 술을 사고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일이 잘 없다. 필자가 이런저런 봉사직으로 맡은 직책이 많은데 의련히 저 친구는 법인카드(?)로 계산했을 것이므로 특별한 감사를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단 한 번도 사사로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일이 없음은 물론이고, 현재 법인카드 자체를 사용하는 직책에 있지도 않음에도 사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쓰는 것이 당연시되는 억측이 일상화된 세상분위기가 아쉽기 짝이 없다. 그러므로 법인카드를 소지하는 직책에 있는 자는 법인카드를 남용해서는 안되며, 또한 법인카드는 공짜라는 대중의 잘못된 심리를 바꿔야 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옛 비속적인 말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 같은 세상을 위해서는, 권력(힘)의 분산과 견제와 균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법규범력의 강화와 법치의식의 정착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떼법은 안되며 적법절차만이 답이라는 사회적 공감이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윗물이 맑아야 한다. 권력이든 돈이든 명예든 가진 자가 먼저 반듯해야 한다. 윗 쪽이 정의와 공의로 넘쳐나면 아랬쪽은 자동으로 따르게 된다. 물 흐르듯 정의가 넘치는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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