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낙하산 인사의 관행과 국가 운명

권영출 승인 2019.03.24 22:27 의견 0


     

[컬럼: 장석민 (전 한국복지대학교 총장)]  우리나라는 씨족사회로부터 문중 관계를 존중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전통 속에서 온정주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근대적 시민 혁명을 통하여 합리적 법치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현대 사회로 곧바로 넘어 왔다. 이점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아직도 온정주의 기반에서 적용되는 한계점을 지닌다. 선거나 정치 또한 합리적 시민 사회 문화에 기초하기 보다는 온정적 유대로 끼리끼리 패거리를 형성하고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 행위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어느 정치권력 집단이 집권하던 끼리끼리 해먹는 관행은 고처지지 않는다. 역대 정부마다 끈질기게 계속 되어온 낙하산 인사가 이를 말해 준다. 공기관의 공모( 公募)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실상은 공모(共謀)라고 인식되고 있다. 그 만큼 권력이 뒤에서 연줄로 작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국민들도 이에 대한 개혁 요구 보다는 각자 줄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낙하산 인사의 실현과정
   낙하산 인사는 권력 주변을 맴돌다가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데서부터 본격화 된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리더십을 인정받아도 국가의 중요한 자리나 기관장으로 발탁되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의 상식이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 되면 선거캠프에 들어가고 이전부터 암암리에 줄서기를 모색한다. 우리는 정치권력의 빽줄로 전문성도 리더십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관장으로 오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이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이 새로운 선거 캠프에 들어가고 이들 또한 낙하산 타고 내려와 권력의 한을 풀고 떠난다. 이를 보고 화가 난 사람들이 또 다시 권력에 접근하고 낙하산을 타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줄 대기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들은 그 리더십 발휘를 어떻게 하는 가? 낙하산 타고 내려와도 전문성과 리더십을 그런대로 갖춘다면 떳떳하지 못 할 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도 경력도 리더십도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낙하산 인사들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들이 부임해서 하는 일성이 대개는 개혁과 정부 정책 실현의 특별 사명을 띠고 왔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직원들은 그 앞에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하지만 비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엉뚱 분야에서 낙하산으로 내려 왔으니 직원들 각각의 개성과 역량 및 기관 분위기 파악도 어려운 상황에서 개혁과 정부 정책이라는 그럴듯한 미명으로 성급하게 밀어 붙인다. 얼마 안가 전문성과 리더십이 뽀록나고 직원들과의 갈등과 마찰이 본격화 되고, 직원들의 집단 반발이 일어난다. 이제 순종하고 아부하는 일부 직원들 중심으로 기관을 운영하거나, 혁신과 효율을 포기하고 자리 보신을 위하여 적당 타협주의로 흘러간다. 정권별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면서 낙하산 인사들이 그 때마다 추종 세력 편 가르기를 하여 파벌이 조성되기도 한다.

 

? 낙하산 인사의 폐해와 시정 방향
   한 분야에서 일생을 일하고 리더십이 인정된 전문 인사가 부임해도 조직을 개혁하고 생산성을 높이기는 어렵다. 하물며 낙하산 인사가 사전에 형성된 조직 구성원의 존경과 지지 없이 권력의 힘만으로 밀어 붙여 성과를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권력자들은 내편 내 사람들이 배신 않고 충성 받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낙하산 패거리 인사가 계속되어 왔지만 정권마다 국정운영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권력자 개인에게 충성 받치는 사람들 보다는 국민에게 충성 받쳐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길게 보면  권력을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은 국가 행정 기관 및 전문기관들이 정치적으로 흔들리게 만들고 효율성과 일관성을 떨어트리게 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됨으로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고 국가 발전이 지체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특히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인 만큼 지금과 같이 여론을 무시하고 국회의 의견도 무시한 채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치는 인사 발령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엉터리가 많은데, 그 외의 고위직 인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모든 고위직 인사의 사상과 자질 및 전문성이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합하는 가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탐색하는 인사 절차와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권력과의 사적 인간관계나 밀실 담합으로 이루어지는 인사 관행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가 공직 인사에 있어서 권력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조정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권력의 사유화가 방지 되며,권력이 권력자 보다는 국리민복을 위하여 공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권력자의 공정하고 객관적 인사로 나라가 바로 서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 석민, Ph. D. (전 한국복지대학교 총장/ 현 한국교육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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