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교 철학박사

[김상교 철학박사]최근 청년들의 주거 불안정 해소를 위해 도입된 청년안심주택이 '안심'과는 거리가 먼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심각한 상태다. 청년들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맹점과 시장의 무책임이 결합된 사회적 재난이다.

청년안심주택의 안심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안심주택은 본래 민간 임대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역세권 등 교통 요지에 저렴한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청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설계는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다.

청년안심주택 사업은 사업 주체가 민간 임대사업자다. 그런데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처럼 보였고, 서울시의 '인증'을 받았지만, 보증금 반환의 책임은 오롯이 민간사업자에게 있다. 사업자가 자금난을 겪거나, 사기를 목적으로 접근했을 경우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해진다. 청년들에게 '민간 전세 계약'의 위험을 그대로 감수하게 한 것이다. 이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와 전세사기로 인해 선순환의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무자본 갭투자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무엇이 안심 주택이란 말인가?

첫째, 청년안심주택 사업자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는 보증보험 미가입 시 사업자등록취소라는 규정을 무시하고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이 진행되도록 방치했다.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형식적인 '의무화' 규정만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집행력이 부재했다. 결과적으로, 보증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청년들은 속수무책으로 전세사기 피해에 노출된 것이다.

둘째,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후에도 서울시의 초기 대응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피해자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민사 문제이므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심'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청년들에게 신뢰를 주었음에도, 정작 문제가 발생하자 행정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뒤늦게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보증금을 떼인 청년들은 회수가 불가능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꼴이다.

서울시는 선 구제 후 조치로 청년들의 삶에 대한 희망을 안겨야 하며, 보증금 우선 보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공공이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선 구제 하고 구상권 청구해야 만 '안심'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청년안심주택 사업의 주체가 되어 청년들에게 임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안심주택은 단순히 주거 공간 제공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그 희망을 짓밟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는 말뿐인 '안심'이 아닌, 공공의 책임과 강력한 제도가 뒷받침되는 진정한 의미의 '청년안심주택'으로 거듭나야 한다. 청년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