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소신과 고집과 사이의 성공적 대화

선데이타임즈 승인 2021.02.02 11:16 의견 0
장 석민, Ph. D.(한국교육연구소 이사장)

[장 석민, Ph. D.(한국교육연구소 이사장)]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소한 일에서도 의견과 생각의 차이로 부딪쳐 감정이 상하고 인관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과 주장이 없으면 부딪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생각과 자존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대 이러한 자기 생각과 주장이 무너지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날 수도 있고, 그래서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인관관계 및 사회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언제나 완벽한 견해를 가지고 타인을 설득해 나가는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타인과의 대화와 인간관계를 틀어지게 만드는 아집과 고집으로부터는 해방될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다듬고 표현하는 방식을 반성하고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소신과 고집을 오가는 대화
흔히는 자기의 주장과 생각을 소신이라고 피력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소신은 나름대로 맞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생각이나 주장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그래서 한번 피력한 소신은 계속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들의 관점에서 접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상대가 아집과 고집이 센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양편의 소신이 모두 타당하지 않거나 어느 한쪽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타인의 소신을 비판하기 전에 나의 소신과 주장을 먼저 통찰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나의 주장을 소신(所信)또는 소견(所見)이라고 말할지 단순히 나의 생각이라고 말 할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소견은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이해되며, 소신은 평소의 생각이지만 상당히 오랜 동안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다소간 나름대로 경험적 근거를 가지고 자신을 드러내는 정체성의 일부로 생각되는 주장으로 이해되며, 나의 생각이라고 말하면 그 즉시 떠오른 견해라고 이해된다. 즉각적인 생각이나 소견은 양보나 타협이 가능하나 소신의 경우는 양보나 포기가 어려우며, 더 설득력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도 쉽사리 포기되지 않으며, 그렇게 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소신이라고 말할 때는 그 주장이 과연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진정한 소신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소신의 내용이 나의 삶에 있어서 정확히 무엇을 뜻하며 어떠한 근거에서 합당한 것인가를 설명할 수 있다면 소신이라고 주장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상대방이 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비판하면 그 것을 수용하고 나의 소신을 수정하는 용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여야 나의 생각과 소신이 더 합리적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장을 펴기 전에 아집(我執) 또는 고집(固執)장이로 오해될 소지를 생각해보자. 아집은 자기중심적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타인의 입장이나 의견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고, 고집은 의견을 바꾸지 않고 변명을 하면서 우겨대는 것이다. 아집이라고 인식되면 숨겨진 이익이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고, 식견과 소견이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될 여지도 있다. 고집쟁이로 인식되면 근거 없이 우겨대고 자존심만 세우는 성격의 소유자로 치부되면서 대화 기피의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주장을 타인의 주장과 타협하여 더 합리적인 주장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고, 자신의 주장에 잘 못된 점이 발견되면 즉시 양보하고 타인의 주장을 받아드려 더 합당한 자신의 의견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면 무식의 소치를 드러내거나 무시당한다고 생각하여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타인으로부터 진정으로 인정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아집과 고집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필요하며, 나아가 유연하고 포용적인 사고방식과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소신을 넘어서 신념(信念)과 신조(信條)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신념은 흔히 자신의 철학적 가치적 선택의 믿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신보다도 신념은 자신의 존재 가치이며 생존의 이유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양보와 타협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많은 경우 신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는 대화와 토론이 지속되고 모임도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나 신념이 반대되면 궁극적으로 논리적 토론과 타협이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게 된다. 삶과 대화의 전제 조건이 궁극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이니 신조는 대화와 토론으로 접점을 찾기 어렵다. 궁극적인 가치와 전제 조건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끝까지 토론하다보면 서로 감정만 상하고 심하면 적개심까지 느끼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점에서 신년과 신조에 관한 논쟁은 처음부터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 하게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적당한 시점에서 화제를 바꿔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다.

▲주장과 생각을 다듬어 표현하는 성공적 대화 전략
소신도 없고 주장이 없으면 대화에서 부딪칠 일도 없을 것이다. 항시 주장과 소신이 없다면 무골호인이라고 간혹 좋게 평가되기도 하지만 줏대 없는 사람이라고 폄하될 염려가 크다. 주장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아집과 고집쟁이로 오해 받지 않는 다면 대화와 인간관계를 잘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게 되려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타인의 관점에서 비판해 보고 논리를 보완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하며, 늘 주장의 합리적 근거를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대화 과정에서 내 주장 보다는 상대방 주장의 논점과 근거를 먼저 정확히 이해고 그 장점을 수용하고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조건 결점만을 찾아 비판하거나 수용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갈등을 야기하거나 인간관계마저 틀어지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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