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명예로운 정권이양의 전통을 세워야

선데이타임즈 승인 2022.05.07 18:34 의견 0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지난 3월 10일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정치권은 승자와 패자의 두 편으로 갈려 그 표정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승자인 국힘당 쪽은 개선장군의 당당함이고, 패배한 민주당은 좌절감에 쌓여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정치권력은 늘 돌고 도는 것이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에 따라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이다. 승리자에게는 겸손과 관용이 필요하며, 패자에게는 승복과 반성의 계기가 되어 궁극적으로는 국태민안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정치권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여러 가지 기록을 양산했다. 유력후보 두 명이 국회의원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과, 주권자인 국민은 후보의 정치적 경륜이나 정책을 놓고 판단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보편타당한 기준에 따른 대통령후보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차선 또는 차악의 후보를 골라야 하는 웃지 못할 여론이 형성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기현상을 맞았다. 또한 현직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한지 1년 만에, 야당 후보가 되어 자기를 임명한 대통령에 이어 후임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등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졌다.

선거는 현 정권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으므로, 일단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결과가 대국민 신뢰를 잃은 면이 투표에 영향을 끼쳤고, 또한 여당후보자의 사적인 생활관계에서의 도덕성이나 공직수행기간 중의 정책실패 등이 패인으로 작용하며 야당후보가 신승을 거두는 결과가 나왔다.

선거가 끝나고 야당은 대통령 당선으로 여당이 될 준비를 하고, 여당은 야당이 될 준비를 하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질서정연한 국민통합의 모습과 발전된 민주국가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 본연의 정도이다.

대통령 당선자를 배출한 국힘당측은 대선 즉시 인수위가 구성되어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상황을 맞았다. 공약이행 가능여부를 검토하여 정책을 다듬고, 내각 인선을 통해 정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분주히 돌아가는 모습 속에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실감한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가안보의 공백이 없어야 할 것이며, 여야가 합심하여 미래의 대한민국의 먹거리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동도동망의 동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간을 미국정치현장에서의 예를 차용하여, 새 정부 출범 후 일정기간 동안 조력과 협조라는 의미로 허니문기간이라고 부르면서 정치적 충돌이나 언론의 소나기 비판의 지양 등 새 정부가 제대로 착근할 때까지 가능한 한 갈등국면을 피하고, 협조한다는 미덕을 지키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일반적 인식이나 이해와는 달리, 이번 대선이 끝난 이후 현 정부와 새 정부, 정치권에서의 당내에서의 갈등과 충돌, 여야 간의 입법이나 정책의 충돌이나 불협화음은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국민의 불안을 야기하는 이런 장면을 국민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먼저 청와대 이전과 관련하여 신구 권력충돌로 비쳐지는 모습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심히 우려스러운 광경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잘 몰라도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이 전격 연기되는가 하면, 청와대이전 예산갈등으로 양쪽의 대변인끼리 책임을 떠넘기는듯한 비난전을 펼치는 상황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되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임기가 끝나는 정부부처 고위직이나 공공기관의 인사를 두고 신구권력 간의 충돌이나 갈등이 있는듯한 뉴스를 접하는 국민은 착찹하다. 늦게나마 신구권력이 청와대 만찬을 하며 화해하는 그림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헌법 제1조의 선언은, 결코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것도, 권력자의 것도, 여당의 것도, 정치권의 것도 아닌 오로지 국민의 것이기에, 정권교체기에 하마터면 발생할지도 모를 권력공백이나 책임 떠넘기기로 인한 국민의 일상을 불안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는 온당한 정치의 태도가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할 일이지 신구권력 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정치권력 간의 힘겨루기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일체의 행위는 정치행위이건 단순한 사실행위이건 피해야 할 일이다.

정권교체기의 권력공백을 막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는 긴밀히 협조하며 평화롭고도 지극히 정상적인 정권교체를 도모해야 하고, 국가존립의 근간이 되는 외교, 안보, 경제, 사회 전반의 장기적 정책과제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고 정무적 측면은 물론이고 실무적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 정권교체 시에 확립된 정상적 관행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그러한 관행을 만들어나가는 전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정권교체의 시점에서 국리민복을 위하는 차원에서 정치권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정권교체기의 국가보위에 대한 책임은 공동책임이라는 인식하에 공존의 미덕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급적 여야 간, 신구권력 간의 논쟁과 비난을 피해야 한다. 그런 빌미를 만들어서도 안된다. 특히 내로남불·아시타비의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이분법적 구도형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째, 국가경영영의 기본을 공정과 상식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그 간에 이념과 진영논리가 첨예화된 상태에서 철저한 내편 챙기기와 상대편 죽이기 식의 편가르기를 멈춰야 한다. 사회전반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어 있고,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서 불공정과 몰상식이 판을 치는 불신과 불통의 사회분위기를 일신하여 사회대통합, 사회대계몽, 사회대타협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 조성을 위한 으뜸은 무너진 공정과 상식, 파괴된 법치시스템을 회복하여, 모든 반칙적 요소를 일소하고, 양극화와 불신의 구조를 해소하여 기회의 균등과 형평의 정착으로 자유와 평등의 사회분위기를 통하여 정의로운 사회가 구조화될 수 있도록 특히 정치권의 개과천선이 요망된다. 이러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위해서는 현 정부는 지난 5년간의 정책적 실패와 성공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통하여 그 공과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 결과를 새 정부에 인계인수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새 정부는 법고창신·입고출신의 겸손하고도 낮은 자세로 승계할 정책, 개선할 정책, 폐기해야 할 정책에 대한 옥석을 가리되, 정파적, 정권적,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익중심의 백년대계적 차원에서 심사숙고하여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둘째, 인사는 만사라는 교훈에 따라 새 정부 인사는 철저히 국민통합형 인사를 해야 한다. 대탕평차원에서의 지역, 직역, 남녀, 노소, 빈부 등을 고려한 안배 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대통합 인사를 통하여 국민통합과 국론통합을 견인해야 한다. 특히 국무위원급 인사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국민을 섬기는 충성심, 공동선을 추구하는 협업과 분업구조에 익숙한 통섭적 사고의 관견을 가진 인물중심으로 소위 말하는 국무회의 원팀정신을 우선으로 고려한 인사이어야 한다. 정부 부서의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이 먼저이다. 국무회의의 성격이 우선이지 행정 각 부처의 특성이 우선이 아니다. 장관이 먼저고 거기에 부수하여 국무위원직을 갖는 것이 아니고, 국무위원이 우선이고 그에 부차하여 장관직이 따르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맞고 국가나 정부의 지배구조나 권한배분 정신으로 보아도 국무회의의 권한이나 권능이나 책무를 우선시하는 국무위원이, 정부 부서의 이익이나 책임을 기준으로 하는 장관에 우선하는 개념정립이 맞다. 그러므로 전문성은 차관 또는 고위직 공무원에게 우선적으로 요구하는게 더 낳다. 장관은 유관부서와의 통섭력, 업무조정과 중재능력 및 부처 장악의 리더십 등이 따라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관은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 국무위원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통섭적 관견과 국가 또는 정부 차원의 거대담론에 참여하여 국가나 정부 차원의 정책 및 집행권에 관한 그랜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혜안과 선견의 조건을 갖추고, 부처 간 업무의 이해를 통한 조정 및 중재능력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품격을 갖춘 자를 중심으로 인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현 정권의 과도한 욕심이나 두려움을 버리고 실적의 공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되, 새 정부를 신뢰하고 새 정부의 출범에 조력해야 한다. 전술한 바처럼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졸속입법이나, 저열한 정책의 알박기 등은 결코 국민여론이나 향후의 사법판단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검수완박 입법시도는 두고두고 현 정권의 책임의 족쇄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현명함으로 정권이양에 협조해야 한다. 현 정부의 사법부와 선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부분이라든지, 검찰에 대한 과도한 힘 빼기 등은 새 정부에서 그 기관의 본질에 맞게 원상회복, 즉 독립성이 보장되어 기관 본래의 기능을 잘 수행하여 국리민복에 걸맞는 기관으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세상이 아닌, 정치가 늘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챙기는 새 시대가 열리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선데이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