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타임즈=유혜원 기자]조선 여인으로 ‘도자기의 혼’으로 불리며,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백파선(百婆仙)의 정신을 기리고자 기획된 전시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가 고양시에 위치한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22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전시 ‘불의 여신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는 ‘백파선’이라는 인물에 주목한다. 1597년 정유재란때 많은 조선인 사기장(도공)들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사기장이었던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끌려간 백파선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과 함께하던 조선인 도공들을 데리고 아리타에 정착하여 도자기를 계속해서 빚어 나갔고,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리게 됐다. 그녀는 이름조차 없었지만 증손자는 그녀의 높은 인덕을 기리기 위해 비문에 ‘백파선’이라 새겼다.
‘백파선’이라는 인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도자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다. ‘400여년 전의 백파선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작업을 했을까’에 초점을 둔 이번 전시는 백파선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전시에는 21인의 작가들이 참여, 지난해 보다 더욱 풍성해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물레 성형 후 변형을 통해 특별한 조형을 선보이는 김남주 작가, 섬세한 형태를 유럽풍 도자작품으로 완성한 김미란 작가, 색동에 수를 놓아 달항아리를 표현한 김수진 작가, 꽃의 모습에서 백파선을 발견한 김용주 사진작가, 팝적인 이미지로 달항아리를 표현한 낸시랭 작가가 참여한다.
일본 사가현에 거주하는 노진주 작가는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을, 재즈작곡가 레이첼곽은 팝아트적으로 상상한 백파선의 현대적 이미지를, 박희원 작가는 달항아리와 꽃의 모습을 통해 백파선에 대한 이미지를 나타내며, 신혜진 작가는 가죽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도자기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그림을 그린 후 구워낸 도자화를 선보이는 안영경 작가와 함께 나비의 형태를 통해 백파선의 행보를 표현한 오은교 작가, 맑고 깨끗한 달항아리 작품을 선보이는 오종보 작가, 압화기법과 슬립캐스팅을 선보인 이꽃담 작가, 전통적 소재와 현대적 표현기법으로 과거와 현대의 만남을 랜티큘러로 보여주는 이돈아 작가, 도자기를 구워내는 뜨거운 불꽃의 느낌을 섬유로 표현한 이상미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기하학적 형태와 발랄한 색감의 특별한 감각을 선보이는 이재숙 작가, 국가무형문화재 옹기장 이수자이자 여주시 도예기능장 제2호인 정영락 작가, 도자조각들을 구워 캔버스에 붙인 혜라 작가의 작품과 함께 가평꽃동네회의 장애인 작가 김재호의 <항아리와 물통>과 안경희 작가의 <달항아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가평꽃동네회 출신으로 현재 독립,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주연 작가의 <기도> 등의 작품도 전시된다. 일본 사가현 아리타 갤러리백파선의 부관장을 역임하기도 한 노진주 작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시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전시를 기획한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백파선콘텐츠연구소의 이혜경 대표는 2018년부터 백파선 포럼을 비롯해 굿즈 제작 등 ‘일본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조선여인 백파선’을 알리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펼쳐왔으며, 2022년에는 ‘백파선을 사랑하는 예술인 100인’을 만들기 위한 발대식을 갖기도 했다.
이혜경 대표는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에 대해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작가들이 백파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전시 참여 작가는 아트페어나 전시장에서 직접 발굴하기도 하고, 참여작가들의 추천에 의해 선정된다. 도자기를 직접 빚거나 그리거나 백파선의 이미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 함께 백파선의 의미에 대해 공감하며 작품 출품을 해 주었으며, 백파선을 주제로 다양하게 표현된 새로운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전시 참여작가는 추천 및 지원을 통해 선정된다. 백파선에 대한 내용이 차차 알려지면서 전시에 참여하겠다는 작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파선이라는 인물과 그 의미를 더욱 널리 알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을 100인까지 늘리고, 도자기를 매개로 더욱 확장성 있게 행사를 완성시켜 가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한일문화외교를 이끌어갈 것이다. 백파선의 고향인 김해와 백파선의 제2의고향 사가현 아리따의 MOU를 통해 교류전도 펼칠 계획이다. 내년은 한일협정 60주년으로 일본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락갤러리는 ‘불의 여신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를 위해 지속적으로 전시공간을 후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12회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찾아가는 비엔날레_ 느슨한 연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경기도자비엔날레와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2024 불의 여신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는 오는 10월 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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