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림 의원(동작구의회)

[김영림 동작구의회 의원]정치인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이 정치를 방관하면서 국민 스스로가 높은 수준의 정치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치권에는 거친 언어,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하루라도 자극적인 막말 발언을 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 듯, 일부 정치인들은 쉴 새 없이 과격한 막말, 패륜 언사를 두서없이 쏟아낸다. 막말이 정치적 생존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장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이 연일 나경원 의원을 입에 올리며 비판을 이어갔다. 마치 ‘나경원 저격수’를 자처하는 듯한 이들의 언행은 국민이 볼 때 ‘구상유취’로 보고도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의원의 이름이 국감 이전에는 대중에게 생소했으나, 논란이 된 발언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일약 이슈메이커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언론마저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11월 17일자 한겨레21은 ‘나경원’ 의원을 거명한 기사 하나로 이틀 전 기사의 조회수를 단 2시간 만에 능가하는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사실관계에 대한 후속 보도는 없었다. 또한 조회수 인기의 맛을 들였는지 18일 또다시 거론하며 기사를 냈다. 조회수가 저널리즘의 원칙을 앞서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대립이 아니라 조정과 설득, 그리고 공공의 문제 해결에 있고 언론의 본질은 진실과 공정을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있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말의 영향력과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 즉 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타인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남을 깎아내려 자신이 올라서려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정치가 판치고 있다.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려 숲을 활보하듯, 영향력 있는 사람을 물고 늘어져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들이 입에 올리는 그 이름이 없다면, 과연 그들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더 비극적인 것은 이러한 행태가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막말 한마디에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조회수 폭발에 후원금이 몰리고, 언론은 또다시 그 먹잇감을 찾아 헤맨다. 이것이 과연 이재명 정부의 정치권과 언론의 생존방식이란 말인가.

국민은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 쓴 여우를 이미 간파하고 있다. 남의 위세로 잠시 높아 보일 수는 있어도, 결국 드러나는 것은 자신의 민낯 뿐이다. 품격 있는 언어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정치, 진실로 신뢰를 쌓는 언론. 그것만이 진정한 생존의 길임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유권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막말 정치가 아닌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진정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막말 정치인과 묻지마 언론의 행태를 방관하여 국민의 권리와 수준을 스스로 낮춰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