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원자로설계본부 '김천 이전' 강요하더니 공식 문서엔 '이전 완료'
연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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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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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타임즈=연노영 기자]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이유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본부(원설본부)를 경북 김천으로 강제 이전하려 해 논란인 가운데, 정작 한전기술은 '지방이전 완료' 판단을 내리고 정부에 보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 연구개발(R&D) 생태계 와해 위험을 무릅쓰고 원설본부를 강제 이전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7일 한전기술로부터 ‘지방이전 공공기관 관리카드’를 전부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한전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자사의 지방이전 현황을 '이전 완료'로 보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관리카드’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자사의 이전 현황을 소관 부처에 정기 보고하는 공식 문서다.
지난 2015년 경기도 용인에서 경북 김천으로 이전한 한전기술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산업부에 이 문서를 제출하며 매번 이전 현황을 '이전 완료'로 표기했다. 원설본부 대전 잔류 기간(2017~2019년), 김천 이전 후 복귀 기간(2020~2023년)도 마찬가지였다. 원설본부 소재지가 수도권이 아닌 대전이어서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나, 돌연 졸속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자력계 반대에도 원설본부 강제 이전을 밀어붙이는 정부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전기술이 대전 소재 원설본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을 김천으로 이전해야 함에도, 원설본부가 대전에 소재한 것이 문제라며 '잔류 해소', 즉 추가 이전을 요구해왔다.
조승래 의원은 “원설본부를 포함한 한전기술 내 모든 조직의 지방이전이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강제 이전의 명분도 실익도 없음이 입증된 것”이라며 “정부는 강제 이전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원설본부 직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 연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헀다.
원설본부 강제 이전 시도에 원자력계와 정치권 반발도 거세다. 한전기술 노조는 지난 1월 22일 조승래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원자력 클러스터 와해, 전문인력 유출로 해외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계 7개 기관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원자력노동조합연대(원노련)도 같은 달 25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20여년 간 대전에서 별탈없이 운영되던 원설본부가 돌연 강제 이전 위기에 처한 것은 정치적 외압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승래 의원이 확보한 한전기술 내부 자료에 따르면, 원설본부 김천 이전은 지난해 9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경북 김천)이 처음 제기했다. 초기에는 한전기술도 잔류 이유 등 기관 사정을 설명했으나 이후 산업부까지 가세해 압박하자 이전계획을 제출했다.
300명 이상이 근무 중인 원설본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조직으로 운영되다 지난 1997년 한전기술에 합병된 조직이다. 국내외 원전 1차 계통 설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대전 소재 유관 기관들과 협업이 중요해 합병 당시에도 용인 본사로 이전하지 않았다.
대전 원자력 R&D 클러스터의 핵심 기관 중 하나여서 분리 이전 시 R&D 생태계 와해가 우려된다. 2015년 한전기술 본사가 용인에서 김천으로 이전할 때도 대전 원설본부 이전은 보류됐고, 이후 2019년 일부 인력이 김천으로 이동했으나 연구 효율 저하 탓에 대부분 인력이 대전에 복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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