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로스쿨개혁에 역행하는 방송 로스쿨법안은 폐기되어야

선데이타임즈 승인 2021.01.18 19:23 | 최종 수정 2021.01.19 09:53 의견 0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법무대학원 명예교수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법무대학원 명예교수]2009년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라 약칭함)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통제 일변도의 반(反)로스쿨이다. 높은 인가기준과 총정원의 제한으로 로스쿨 입구의 진입장벽을 쌓고, 변호사시험이라는 굴레를 씌워 놓고 합격자 수를 제한하여 출구마저 통제함으로써, 공정도 형평도 균형도 담보되지 않은, 독점적·폐쇄적·특권적 제도로서 기득권을 형성하는 시대착오적 괴물로 자리매김되었다. 이로 인해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도, 고비용구조, 변호사시험학원, 폐쇄적‧독과점적 법조인 양성구조 등의 비난을 받으며 마치 사회양극화의 상징처럼 희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병폐를 해소하기 위하여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야간 로스쿨과 방송 로스쿨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현행 로스쿨의 독과점적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조인양성제도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의 최소화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공약으로 야간 로스쿨과 방송 로스쿨의 설치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설치기준은 야간이나 방송 로스쿨도 현행의 주간 로스쿨의 입학기준, 학사 및 설치기준에 따르도록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어 2007년 로스쿨 인가시 지역균형의 미명하에 불공정하고 자의적인 인가기준에 의해 로스쿨진입에 실패한 대학은 이번에 도입될 야간 로스쿨 인가신청을 준비 중에 있고, 사이버강의 위주로 교육하는 전국의 방송대(사이버대·디지털대)는 물론이고, 비대면 원격강의를 위한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춘 일부 4년제 대학에서도 방송 로스쿨 설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7일 정청래의원이 ⸀국립방송통신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방송로스쿨법으로 약칭함)을 발의하였는데, 이 법안은 입법의 내용은 물론이고, 형태나 방식·취지나 목적이 현행 로스쿨의 문제를 보완 또는 해결하려는 것과는 정반대로 현행 로스쿨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성격의 법안이어서, 법학계는 물론이고 법조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우선 법안의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방송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방송로스쿨로 약칭함)은 국립 방송대 만을 위한 입법이므로 일반 4년제 대학은 물론이고 방송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전국의 20여개 사립 사이버대, 디지털대는 원초적으로 진입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러므로 만약 이 법이 통과·시행될 경우 한국방송대 만이 인가신청이 가능토록 한정되기 때문에, 현행 로스쿨의 폐쇄적·독과점적·특권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 로스쿨을 도입한다는 입법취지와는 정면로 배치된다.

또한 현행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로스쿨법이라 약칭함)에서는 로스쿨 설치대학의 경우 학부 법과대학을 둘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방송 로스쿨은 법학사 학위과정의 존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입학전형에서 법학적성시험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지원을 명문화하여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국가지원은 결국 낮은 등록금을 받고 그 차액을 국가가 부담하게 되어 방송 로스쿨 운영에 관한 국가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입학자격에서 법학학점취득자로 제한하여 법학학점을 12학점 이상 이수하지 않은 학사자격소지자는 지원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법학에 관한 기초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의 결과 등을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학학점이수를 요구하는 제한은 로스쿨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규제이며, 법학지식의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로스쿨입학시험에서 법학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고 있는 로스쿨기본법인 로스쿨법의 태도에도 반하는 위법한 입법이다. 이러한 각종 특혜는 로스쿨제도의 본질에 반하며, 기존의 로스쿨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인정할 수 없는 규정으로, 지극히 반로스쿨적인 넌센스입법이다. .

로스쿨법은 로스쿨에 대해 다른 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며, 로스쿨법에 없는 사항은 고등교육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로스쿨에 관한 기본법이 로스쿨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로스쿨법의 정함을 일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 법안이야말로 최악의 위법·불공정법안이다.

이 법안은 오로지 국립 방송대에게만 로스쿨 신설을 지원하기 위한 특혜적 성격의 법안이기에, 과정의 공정도 기회의 평등도 전혀 보장되지 않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로스쿨 교육의 목적과 교육이념을 무시(착각)하고, 평생교육이나 직업교욱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에 따른 법안이다. 그 어떤 형태의 로스쿨 교육을 위한 법도 로스쿨 교육의 본령을 담고 있는 기본법인 로스쿨법의 정신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법안은 목적과 교육이념부터 반로스쿨적이기 때문에 결코 성립되어서는 안 될 독소적 성격의 법안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이 법안은 로스쿨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도를 넘어, 오히려 현행 로스쿨을 더욱 독점적·폐쇄적인 불공정구조로 고착시키는데 기여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 법안을 즉시 폐기하고 진정 올바른 로스쿨을 정착시키기 위한 개혁과제를 풀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종합적으로 이 법안을 평가하면 이 법안은 내용과 형식 등에 있어서 전혀 로스쿨제도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안된 흠결투성이의 법안이다. 이 법안은 현행의 로스쿨법상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로스쿨제도 운영상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그 폐단을 치유하기 위한 의도로 제안하였으나, 그 체제와 내용이 현행의 로스쿨 법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함은 물론이고, 로스쿨제도개혁에 기여하지 못하는 개악적 요소가 강한 법안이다. 오히려 이 법안은 현행 로스쿨의 폐쇄성·독과점성·특권성·불공정성을 노정하며, 로스쿨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조장하고, 현행 로스쿨체계 내에서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로스쿨에 대한 특권적 이미지를 증폭시켜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이 법안은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로스쿨제도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우선 입법사항이 아닌 정책사항으로 도입할 수 있는 야간 로스쿨 도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면서, 병열적으로 방송 로스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후에 그 입법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로스쿨 개혁방향과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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