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 안 한다...같은 날 KE, OZ 운휴/감편 발표

- 대한항공은 이달 6일부터 4월 25일까지 인천∼자카르타 노선 전면 운항 중단 예정
- 아시아나 항공은 이달 5일부터 28일까지 수, 금, 일 주 3회만 운항하기로 결정

이정은 승인 2020.03.05 10:32 | 최종 수정 2020.03.05 10:34 의견 0
 제1차 '한-인도네시아 영 리더스 다이얼로그(Young Leaders' Dialogue)’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사진출처=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 VITO Korea>

[선데이타임즈=이정은 기자]인도네시아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하루 뒤인 지난 4일, 조코 위도도( Joko Widodo)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환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사재기를 하지 말라"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본 담화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일본·이란·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환자 대규모 발생 지역 방문자 입국을 제한할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대구·경북지역 방문 금지만 권고했을 뿐,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처를 내리지 않았다.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은 전날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양국의 밀접한 경제 관계와 활발한 인적 교류를 고려해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 등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다.

주한 인도네시아 관광청 박재아 지사장에 따르면, “이는 ‘어려울 때 돕는 친구’로서 한국과의 우방인 관계를 과시한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전했다. “관광부 내부에서도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200명을 돌파했을 때부터 심각하게 거론되었지만,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후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라며, 담당자로서가 아니라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한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재아 지사장(우)과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좌)
<사진출처=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 VITO Korea>

박 지사장이 언급한 대로 한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5일부터 14일 이내 중국 본토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한편 중국인 무비자 입국·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같은 날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음력설인 춘절기간 직후에 발생한 사건이라 이미 인도네시아에는 명절을 보내기 위한 중국인이 5천 명 이상 체류 중인 상황이었던 터라 귀국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비자와 항공을 단번에 끊어 중국과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샤오첸 주 인도네시아 중국대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침착해야 한다. 과잉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중국의 투자와 관광객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가 인도네시아 투자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여행과 수입을 제한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국민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공교롭게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탑승객이 급감해 수익 저하로 운휴, 감축 운항에 들어간다는 발표를 내려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다.

대한항공은 이달 6일부터 4월 25일까지 인천∼자카르타 노선 전면 운항 중단 예정이며, 인천~발리 노선은 감편/운휴 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달 5일부터 28일까지 수, 금, 일일 주 3회만 운항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주 7회, 매일 왕복 한 편씩 띄웠다.

두 국적기의 행보에 대해 주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단체 카톡 방에는 그동안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운항정지를 시켜놓고 벌금을 내라고 하는 어이없는 조치’를 내렸으며, ‘르바란과 연말 등 주기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기간에는 증편을 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폭리를 위하는’ 행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고국도 힘들고 한국 교민들도 힘든 시기에 조마조마한 교민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국적 항공편이 유지라도 된다면 약간의 위로라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섭섭한 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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